산길 따라

[스크랩] 꿩 대신 닭 (뜻하지 않은 완도 오봉 종주)

언제나 KHAN 2012. 2. 4. 09:53

뜻하지 않은 완도 오봉 종주


언제 : 2009년 2월 21일(토)

누구랑 : 務本, 기차여행, 불꽃, 칸

산행시간 : 훈련원입구/11:10(알바) - 11:24/등산로 입구 - 12:16/숙승봉(점심)/13:30 - 14:03/업진봉 - 14:22/백운봉- 14:46/제2 전망대 - 15:22/상황봉 - 15:34/심봉 - 16:21/대구리


2월 초에 제자들과 가려다 연기 되었던 추자 낚시여행을 나서기로 한다.

전에부터 추자여행을 가자던 한토의 불꽃과 함께..

그런데 전날 저녁, 한 추자회원으로부터 월욜 추자에 같이 들어가겠냐는 전화를 받는다.

나는 내일 들어갈 거라고 하니, 풍랑이 심해 배가 안 뜰지 모른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기상특보를 보니 22:30으로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다.

07:30에 하루 한번 뜨는 배가 안 뜰 확률이 90%가 넘는다.

새벽 03:00에 모여 떠나기로 했는데, 잠 설치며 가서 허탕 칠까 두렵다.

계획을 바꾼다.

느긋하게 출발하여 완도종주 산행을 하고 다음날 청산도 산행을 하기로 한다.

3월말 귀연의 청산도 산행 답사를 앞당기는 것이다.

일행들에게 전화하여 계획변경을 설명하고 06:30에 모여 출발하기로 한다.


불꽃의 베라쿠르즈로 07:00 경에 서대전 나들목을 빠져나간다. 차 좋다~ 잘 나간다~

완도에 10:30경에 도착하여 등산기점인 청소년 수련원을 찾는데 한참 걸린다.

11:00 경에 해신 촬영지 주차장에 도착한다.

대전 소재의 버스 두 대가 들어와 일단의 사람들을 풀어 놓는다.

그들 중 누군가가 일행 중 몇 사람이 6시 경에 대구미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11시 경에 이쪽에 도착하기로 했다는 말을 한다.

그 일행중 한 사람이 귀연의 청산님일 줄이야.. 우찌 알았겠노!

매점에서 막걸리 한 통을 사 넣고 등산로 청소년 훈련원 입구에서 출발~.


▽ 출발하자마자 10여분 알바한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만제가 길을 잘 못들은 것 같다며,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저 아래로 가는 것 같은데 그 길 아닌가요?” 한다.

그랬다!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청산이었다. 엇갈려 만나지 못했을 뿐..

 

초입에 완만하다 싶더니 숙승봉까지 가파르게 오른다.

그동안 몸이 불고 산행에도 뜸하던 불꽃이 힘들어 하며 쳐진다.

숙승봉 정상아래 마지막 철계단에서 동립이 표시판을 가리키며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 데요?” 한다.

표시판에는 화살표가 ↑↓ 이렇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 쪽으로 길도 나 있었고...

나는(아니 나만) 배낭과 스틱을 놓아두고 카메라만 챙겨 오른다.

목포에서 온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오른다.

높은 철계단을 올라 조금 가니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철계단이 보인다.

“야잇! 동립아! $#%^%$%^$*&#%$$^$$&&#*ㅓㅗㅓ홓!!!!!”

“표시판에는 다시 내려와야 하는 걸로 되어있었습니다.”

 

목포분들 중 정상에 먼저 올라온 이들이 정상 표지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단체 사진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려,

우리 단체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데 동립이 안 보인다.

“동립아!”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셋이서 찰카닥!

 

“이 녀석 어디 간 거야? 일 보러 갔나?”

“제 생각에는 아마도 교수님 배낭 가지러 간 것 같은데요?” 

“엉?”

“기특한 지고~” 하면서도 불안하다.

배낭이 아주 가볍던데, 그걸 무겁다고 벗어놓고 왔냐고 타박을 줄 것이 분명하다.

 

▽ 힘들어 하며 올라오는 불꽃을 보고 찍었는데, 그 옆으로 동립이 배낭을 가지러 내려가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 내 배낭을 메고 돌아오는 동립

 


목포분들에게 한번 더 사진촬영을 부탁한다.

뒤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어떻게 잘생긴 사람들만 모였다요?"한다.

싫지 않은 소리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숙승봉 표지석 뒤쪽 넓은 바위위에서 점심식사하며 한 시간 여 쉰다.

아니나 다를까, 동립의 타박을 듣고야 만다.

“그렇다고 네가 배낭 가지러 갈 줄 몰랐다..”로 얼버무려 버린다.

불꽃은 여기서 하산하여 산행종점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힘도 드는데다가, 저녁에 청산도에 들어가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차량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고마울 뿐이다.

 

▽ 숙승봉에서 바라본 업진봉, 백운동, 상황봉 (가까운 순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숙승봉에서 하느재까지는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편하다.

 

▽ 업진봉으로 향하던 중 고드름을 보고 어린애들이 되어버린 동립과 만제

 

 

 

▽ 업진봉에서 바라본 숙승봉

 

 

▽ 백운봉 정상에 올라서며 바로 아래 놓아둔 스틱들과 고드름 지팡이

 

▽ 하느재 직전에 만난 제2전망대

 

하느재에서 상황봉까지는 30분 정도 가파르게 오른다.

상황봉 오르는 동안, 불꽃과 통화, 새벽에 주의보 풀려 추자배 떴단다.

어허~ 일이 꼬인다.

 

▽ 하느재에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운봉

 

 

상황봉에서의 심봉쪽으로의 하산길은 돌길이라서 의외로 십지 않다.

 


▽ 심봉에서 바라본 상황봉

 

 

5시간여 만에 산행을 마친다.

 

대구미 등산로 입구에서 시멘트 농로를 따라 2-3분 정도 가니,

오른쪽에 보이는 주차장에 불꽃의 베라쿠르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완도 여객터미널 바로 옆 수산물센터에 도착하여

구이용 전복 2kg, 소라 1kg, 감성돔 한 마리 회 떠서,

17:20 마지막 배로 청산도로 향한다.

청산도에 도착하여 보니, 거기에도 어판장이 있다.

가격도 더 좋은 것 같고, 돌멍게도 있다.

돌멍게와 해삼을 만원어치 더 산다.


선착장 바로 옆 등대민박 앞마당에서 숯불을 피워 전복, 소라를 굽는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술잔을 기울인다. (술병이 난 나는 콜라.. ㅜㅜ)

모두들 행복하다.


피에쑤: 

담 날, 망했다.

비가 온다.

부슬 부슬 오는 것이 그칠 비가 아니다.

망했다.

청산도 종주 답사는 다음으로 미루고 첫 배를 타고 나온다.

법성포에 들러 굴비백반 먹고 토종 구입하는 것으로 좀 덜 망해 보자고...

출처 : [대전]귀연산우회
글쓴이 : kha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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