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따라

[스크랩] 칸의 백두대간 15구간 (화방재-피재)

언제나 KHAN 2012. 2. 4. 09:32

칸의 백두대간 15구간 (화방재-피재)


언제: 2008.04.19 

누구누구: 김만제, 서동립, 한규광

산행시각: 화방재/09:03 - 09:32/수리봉/09:38 - 10:20/만항재 - 10:57/선수촌도로 - 11:25/함백산/11:59 - 12:30/중함백 - 12:53/제2쉼터(샘터: 점심식사)/13:30 - 14:08/은대봉 - 15:45/금대봉 - 16:38/1233봉 - 17:15/비단봉 - 18:10/매봉산/18:15 - 18:57/피재


6개월만에 백두대간 길 이어가기를 다시 시작한다.

제자들의 사정으로 미루어 오다가 경방기간이 시작되기 전에는 화방재-댓재 구간을 마치고 싶었는데,

2월 초에 한밭토요산악회의 거창 우두산 산행에서 발목을 접질리는 바람에 이렇게 늦어지게 되었다.

게다가 그 사이 운동부족으로, 멋있게 세워두었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고 만다.

그 계획이란 첫째 날 산행을 건의령까지 길게 하고, 둘째 날은 일찍 끝내고 동해로 가서 대게를 먹고 오는 것이었다. 


제자들은 오랜만에 백두대간 길을 가서인지 이전과는 다르게 제시간에 나를 태우러 왔다.

기특한지고.. 그런데, 내가 문제다. 그 동안 내가 늘 해왔던 지도 준비를 까맣게 까먹고 있었던 거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 켜서 출력해 내자니 한참 걸릴 것 같아, 그냥 가자고 하니,

동립이 자기 차에 흑백으로 뽑아 놓은 것이 하나 있으니 잠시 돌아 자기 집에 들렀다가 가자한다.


만제의 노련한(?) 운전으로 태백역에 08시 경에 도착한다. 3시간 반 정도 걸렸다.

잠시 후 미리 연락해 두었던 또 나의 다른 제자이자 동립과 만제의 후배인 태경이 마중 나오며 반가워한다.

나 역시 반갑다. 태경은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우수한 편이서 3-4학년을 내 실험실에서 공부하다 졸업한 제자이다.

지금은 결혼하여 고향인 태백에서 회계사무실에 근무하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역시 기특한 녀석이다.

역 근처의 식당에 콩나물 해장국을 시켜 놓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식사 후, 태경의 운전으로 화방재에 도착하여, 17 경에 우리를 태우러 올 장소와 시간을 전화해 주겠다 하고,

우리의 백두대간14구간 산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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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5kg 이상 늘어난 몸무게와 장거리 산행 연습 부족, 그리고 발목 부상은 염두에 두지 않고,

해지기전에 건의령까지 갈 욕심으로 동립을 앞장세운 것이 문제였다.

아니 그것까지도 괜찮았다. 동립을 놓치지 않았고 따라 붙으려 한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수리봉을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두 다리의 발목 위와 장딴지 사이 부분이 아프기 시작한다.

마치 산을 처음 오르는 것처럼.. 그러더니 발목을 삔 오른쪽 다리의 통증이 더 심해진다.

수리봉만 넘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수리봉까지 동립을 따라 붙는다.

수리봉에서 찍은 내 사진을 보니 정말 살이 많이 붙은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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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쉰다. 그리고는 안되겠다 싶어, 내가 앞장선다. 통증 없이 걷는다.

지도에 표시 되어 있는 국가 시설물을 지나며 뒤따라오는 제자들의 사진을 찍는 여유도 부릴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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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 휴게소 앞에 산불방지 제복을 입은 분이 있어,

백두대간 가려면 직진해야 하냐고 물으니 못 알아듣고, 함백산 가냐고 되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돌아서서 10시 방향으로 보이는 산이란다. 물어 보길 잘 했다.

▽ 뒤쪽에 송수신 시설이 보이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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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에서 동립이 슬그머니 앞장선다.

만항재에서 한참 올라 왔는데 포장 도로를 만난다. 아마도 선수촌으로 연결된 도로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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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함백산 정상에 도착한 만제와 동립이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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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정상에서 얼려 온 맥주를 마시며 30분 넘게 쉰다.

▽ 오늘 지나온 마루금과 태백산을 뒤 돌아 본다. 뿌듯하다. 태백산 북면에는 잔설이 보인다.

<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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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마저 가야할 마루금.. 부드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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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백산 정상을 출발하자 금방 눈밭을 만난다. 역시 강원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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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백산도 태백산과 함께 주목으로 유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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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함백에 온 것 같은데 이정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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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쉼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만제가 떠온 샘물이 달다. 점심은 만제표 비빔밥이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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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니 졸리다.

이제까지 힘들어 긴장해 있던 내 몸의 세포들이 쉬고 싶어 하는 것이다.

▽ 은대봉에 오른다. 더 졸려진다.


 

바람 없고 아늑한 곳 있으면 한 숨 자야겠다며 내려가다 보니, 두문동재다. 어? 그런데 입산금지라고 막는다.

한편에서 산불예방 제복을 입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던 서 너 명의 산객들이 작별인사하고 금대봉 가는 길로 들어선다.

만제가 왜 저 사람들은 통과시키느냐고 따지니까 입산허가증을 받았다며 슬쩍 보여준다.

어디서 받을 수 있냐 물으니, 태백시와 다른 한 지자체(기억이 나지 않는다)를 대는데,

자세히 보니 양식이 조잡하게 인쇄된 손바닥만 한 시험지에 볼펜으로 그 자리에서 쓴 것 같다.

직인이 인쇄되어 있거나 찍혀 있지도 않다. 함백산을 넘어 왔으니 이미 불법이란다.

그래서 함백산 오를 때 아무도 막지 않았고, 자동차로 함백산 꼭대기까지 올라오던데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함백산 입산자 명단에다 나의 인적 사항을 기록한다. 그리고 산불예방 서명지에 서명하란다. 그리고 내려가라고 한다.

산불방지 기간이 4월 15일이 아니고 5월 15일까지란다.

산불예방 서명지에 서명했으면 인화물질 소지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통과시켜 주는 것이 관례이지 않나?

아무리 봐도 장난치고 있는 것 같지만 따지기 귀찮다. 일단 어딘가에 가서 한 숨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도로를 따라 100m 정도 내려가다 보니, 잔디밭이 있다. 드러누워 눈을 감는다. 제자들도 앉아 쉰다.

막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입산허가를 신청해봐야 허가 안 해줄 거라고 했단다.

강원도에 오면 종종 느끼는 불쾌감을 또 맛본다. 잠시 나쁜 스승이 되자.

다시 일어나 더 아래로 내려가다 그들의 시야가 가려지는 곳에서 비탈길을 치고 오르기로 한다.

주저하는 제자들을 윽박질러, 뿔뿔이 흩어져 금대봉에서 만나기로 한다.

▽ 금대봉에 오르니 제자들이 먼저 와있다.


별로 높지도 않은 비단봉을 오르는 데 너무 힘들다. 지쳤다.

▽ 지나온 마루금 중앙 제일 뒤 봉우리가 금대봉이다.


 

▽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에 내려서 본 풍력발전기들. 만제가 태경에게 1시간 후 피재로 오라 전화한다.

 


▽ 채소밭을 가로지르지 않고 길을 따라 크게 우회하여 풍력발전단지에 오른다. 멋있다. 저 끝에 매봉산이 보인다.


 

▽ 매봉산이다. 거의 탈진이다. 동립은 태경이 와서 기다릴 까봐 달음질쳐, 보이지 않는다. 


 

하산길은 마루금과 팽행한 시멘트 도로를 택한다. 조금 더 완만해서..

▽ 도로상 전망대에서 본 석양을 등진 풍차들.. 아름답다.

 

▽ 드디어 피재다. 휴~ 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몸이 준비되지 않아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다.


 

저녁은 태경이가 자기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식당에서 닭갈비로 대접하겠단다.

춘천닭갈비와는 달리 닭도리탕 처럼 국물이 많고, 여러 종류의 국수사리를 넣어 먹는데 맛있다. 

소맥을 곁들여 식사 한 후 당구를 쳐, 숙소에 돌아가 먹을 안주 사기 내기를 하기로 한다.

제일 하수인 태경이 삼구를 치자고 하자, 다들 놀라지만, 태경과 내가 한 편이 되어 가볍게 이겨버리고 만다.

술을 하지 못하는 태경이 시간도 늦었고 해서 내일 새벽에 오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숙소에 돌아와 집에서 마시다 남은 걸 가져온 꼬냑 200cc를 나누어 마시고 잠든다.

만제와 동립은 술이 좀 모자라는 듯한 것 같다만, 난 더 이상 당기지 않는다. 자고 싶을 뿐이다.



 

출처 : [대전]귀연산우회
글쓴이 : kha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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