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2010. 7. 25) 산행시각: 장터목(05:05) - (05:20)제석봉(05:50) - 장터목(07:52) - (09:16)소지봉 - (11:30)백무동
천왕봉 일출 보러 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소란에 잠을 깬다.
날씨를 보니 일출보기 힘들 것 같다.
늦게까지 자고, 천천히 천왕봉을 오르기로 하고 다시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세영이도 이미 깨었단다.
천왕봉에 빨리 갔다 와서 일찌감치 하산하기로 하고 5시 경에 천왕봉을 향한다.
제석봉에 오니 일출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세영이는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 동립과 만제가 나서보지만 이번에는 안 통하는 것 같다.
30분만 더 가면 되는데.. 아쉽지만 여기까지로 만족하고 돌아가기로 한다.
그제서야 굳은 얼굴을 풀고 아빠랑 포즈를 취해준다.
▽ 그리고서는 자기 때문에 천왕봉에 못 오르게 되어 죄송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 그래도 내려가는 게 더 좋은가 보다.
▽ 장터목대피소로 돌아와 아침을 스프와 빵으로 간단히 하고, 대피소로 들어가 한 시간 가량 잠을 자고 백무동을 향해 출발이다.
장터목에서 1.5키로 내려와 쉰다.
만제는 동립과 안 친하다며 같이 사진 찍기 싫단다.
동립 왈, “놔두십시오. 맨 날 저럽니다.”
세영이는 또 다시 심퉁 모드로 바뀌고 있다.
참샘에서 쉬고 있는데 어제 보았던 초등학교 아이들이 내려온다.
천왕봉까지 갔다 왔다고 한다. 세영이가 약간 쇼크 먹은 듯하다.
그 중에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건강하고 적당히 통통한 데다 머리를 뒤로 쫑끗 멘 모습이 세영이 어렸을 때 모습이다.
특히 뒷모습이 영락없이 세영이 어렸을 때 모습이다.
사람들이 눈을 내려깔고 있는 세영이를 보고 마시마로와 똑같이 생겼다며 귀여워하던 옛일들이 떠오른다.
백무동까지 내려오는 동안 아직도 멀었냐며 투정부리며 사진 찍기를 거부한다.
출렁다리에서 동립의 요청을 들어 준 것이 마지막이다.
백무동 버스정류장까지 내려와,
오랜만에 죽비님도 만나 볼 겸, 근처 음식점에서 백숙을 배달시켜 먹으면서 몸을 씻을까 해서
죽비님의 가정 민박에 가보니 한 무리의 객들만 있고 주인장은 산행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바로 옆집 음식점에 들어가 백숙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파전과 막걸리로 목을 축이면서 한사람씩 몸을 씻기로 한다.
맨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온 세영이가 그제서야 짜증 모드에서 벗어나 웃음을 띠운다.
기대하지 않았던 2박3일 지리산 종주,
완주하지는 못하였지만 내게는 너무도 값진 일이였다
나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제자들과 딸의 합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스승을 위해 시간과 비용 지출을 마다치 않는 제자들과,
지리산종주가 어떤 건지도 모른 채, 아빠를 기쁘게 해주겠다고 덤벼드는 딸이 있기 때문이다.
세영이는 8월 6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내년에 다시 와도, 산행을 절대로 다시 않겠다면서.. ㅋㅋ
미국으로 그냥 보내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예전의 즐거웠던 기억들을 되살릴 겸,
동해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캠핑하며
▽ 한우도 구워 먹고
▽ 첫날 밤 백사장에서 원투 낚시하여 예전에 잡았던 보리멸 대신, 복어 두 마리 잡고..
▽ 둘째 날, 늦잠도 자고...
▽ 발로 모래를 뒤지며 조개도 잡고..
▽ 조개 잡으면서 물속에서 돈도 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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