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영이의 2박3일 지리산종주
“그래! 좋아! 아빠랑 지리산 종주 할래!”
오잉?! 기대하기 않았던 세영이의 대답에 놀란다.
동립의 재간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서 막내딸 세영이가 왔다고 동립과 만제가 저녁을 샀다.
어쩌다가 등산과 다이어트 이야기가 나오더니,
“교수님! 세영이랑 같이 지리산 종주하시지요?”
“나야 그러면 좋지.. 근데 세영이가 하려 할까?..”
세영이의 동의를 얻는 데에 자신없어하는 나의 반응에, 동립은
“세영아, 지리산 종주 하면 3킬로는 빠진다. 등산화는 내가 사줄께”로
나의 예상을 무색케 하는 답을 세영이에게서 간단히 얻어 낸 것이다.
물론 막판에 나도 동립의 뻥에 맞장구쳐서 얻어 내긴 했지만..
“아빠 지리산 종주하면 진짜 살 빠져?”
“그러~ㅁ! 한 2-3킬로는 빠질 걸?”
산행다운 산행이 처음인 세영이를 고려하여 2박3일로 하기로 하고,
만제만 처음부터 같이 가고, 동립은 이튿날 장터목에서 합류하기로 한다.
첫째 날(2010. 7. 23) 산행시각:
성삼재(05:10) - (06:05)노고단대피소(07:02) - (08:40)임걸령 - (09:31)노루목(10:02) - (10:40)560계단(12:05) - (12:53)토끼봉 - (15:00)연하천
▽서대전 역에서 00:47발 전라선을 타고 구례구에 도착한다.
▽구례 버스터미널에서 김밥과 라면을 사고, 성삼재에서 출발이다..
처음에는 양팔을 앞뒤로 흔들며 씩씩하게 걷던 세영이가 졸려 한다.
전날 밤새도록 잠 안자고 친구들과 채팅한데다가 야간열차 타고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코재에서 쉬면서 슬슬 후회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은 세영이
▽노고단대피소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노고단고개에서 돼지령까지의 너덜길이 짜증스럽다고 투둘거린다.
▽피아골삼거리 직전 조망터에서(구름 속에 휩싸여 주위를 조망하지 못해 아쉽다.)
▽임걸령샘터에 오니 졸음과 발의 통증을 호소한다.
▽노루목에서 한 숨 자라고 하였으나 사람들이 보고 있는 데서는 못 잔단다.
▽신발을 벗겨 보니, 두 발목 부분이 발갛게 부어올라 있다.
새 신발인 데다가 목이 짧은 양말을 신어서 그런 것 같아,
신발 끈을 조금 느슨하게 묶어준다.
▽궁리 끝에 삼도봉 지나, 560계단 중간 쉼터에서 재우기로 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본다고 안 눕겠다더니..
▽졸리긴 되게 졸렸던 모양이다. ㅎㅎ
▽한 시간 정도 자고 나서인지, 화개재에서 토끼봉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35분 만에 오른다.
산행을 처음하는 아이인데 놀랍다. 만제와 나는 쫓아가느라 땀 꽤나 흘렸다.
오늘의 목적지인 연하천까지 한시간 이상 더 가야 한다니, 왕짜증이다.
발과 다리의 통증으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려고 빨리 왔단다..
칭얼대는 빈도가 많아진다. 그래도 더 이상 못가겠다고 주저앉지 않는다.
오히려 명성봉을 오르면서는 세영이가 또 다시 속력을 낸다.
아빠를 생각해서 오늘 산행을 빨리 끝내려는 것이다. 대견스럽다.
드뎌, 연하천이다.
▽ 배낭을 내려놓고 쉬려는데, 새 한 마리가 겁도 없이 발아래에서 먹이를 쪼아 먹고 있다.
사람들이 먹이 주는 것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바닥에 떨어진 물병 옆)
좀 쉬고 있는데, 빗방울이 조금 떨어진다.
배낭을 취사장으로 옮겨 놓고 취사장 문 앞 옆쪽에 자리를 잡는다.
압력밥솥에 밥을 짓고, 오븐에 초벌 구워온 삼겹살을 다시 구웠는데,
세영이도 맛있어 한다. 만제와 나는 법성포 토종으로 얼큰해 졌다.
▽ 예약을 하지 못하고 왔지만 다행이 세영이는 대피소 안에서 잘 수 있게 된다.
▽ 만제와 나는 요기다가 잠자리를 마련하고 일찌감치 꿈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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