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Muir Trail

JMT 혼자걷기 6일(Tail of the Lyell Fork - Ruby Lake)

언제나 KHAN 2016. 11. 17. 07:03

7.21(목)    오늘 걸은 거리: 18Km  누적 거리: 79.7Km


5시 반경에 눈을 뜬다.

"다행히 귀신한테 잡혀가진 않았네"

어제 밤일을 생각하며 실없이 웃는다.

어제 밤, 계곡 물소리가 마치 누군가 웅얼 웅얼대는 것 같이 들려서 기분이 묘해 있던 참에,

숲속 쪽에서 '딱'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다투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그것도 우리말 어투로!

"귀신인가?" 온 몸에 털들이 좌~악 일어선다.

"아니야, 바람에 나무 가지들이 부딛혀서 나는 소리일 거야" 스스로 안심 시켜보지만,

"이러다 정말 귀신이 나타나면, 이 깊은 산중에 도망 갈 데도 없고 어쩌지?"

별 희안한 생각이 다 든다. 피곤해 졸려 죽겠는데..

"에잇 모르겠다. 잠이나 자고 보자. 귀신이 텐트로 들어온다면 예쁜 과부귀신이나 들어와라"


잠자리에서 나오니 아침 공기가 조금 쌀쌀한 것 같아, 불을 피운다.

▽ 어제 실패했던 액션카메라 원격조종을 다시 시도해 성공한다.


페인트 뚜껑을 이용하여 티타늄 코펠에 밥을 한다.

타지 않게 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다.

김 자반을 부어 비벼 먹고 나머지는 주먹밥을 만들어 점심에 먹기로 한다.

8시 조금 지나 트레일에 들어 선다.

계곡을 끼고 나있는 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어제와 같이 좋은 야영터가 여러군데 있다.

두 시간 쯤 오르니 호수라고 부르기에는 좀 작은 못을 만난다.



Donohue Pass에 거의 다온 올 알았는데.. ㅋㅋㅋ 아니다.


능선에 올라서자 또 하나의 못이 있다.


Donohue Pass에 올라서기 직전이다.

작은 호수도 있다.

뒤 돌아보니 저 아래 멀리 어제 걸었던 Lyell 계곡이 보인다.


호수가에서 물을 뜨려고 몸을 숙이는 게 힘들어 "아이구~!"했더니,

쉬고 있던 동양인들이 막 웃으면서 자기네들끼리 "괜찮으신가?" 한국말로 말한다.

"괜찮아요~" "어~? 한국분이세요?"

자기네가 아는 사람 중에 몸을 굽힐때마다 나 처럼 소리 지르는 사람이 있어서 웃었단다.

이민 온 2세대 젊은이들 같은 데,

Devils Postpile에서 출발하여 Yosemite로 가고 있단다.


드디어 Donohue Pass에 올라선다.

높이가 3371 미터이다. 내 시계의 고도계는 3210 미터로 나온다. 

이제까지 걸어 올라간 중에 제일 높이 올랐다.

나의 최고 높이 기록은 Whitney 산 꼭대기에 올를 때까지 계속 갱신될 거다.

아침에 준비한 주먹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트레일에 다시 들어선다.

녹지 않은 눈때문에 길이 막혀서 돌아서 내려가야 하는 곳도 있다.


Donohue Pass에서 내려선 후로는 1시간 가량 거의 평지다.



Rush Creek 갈림길까지 완만하게 내려간다.

갈림길 근처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쉬었다 간다.

저 멀리 호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Thousand Island Lake인가? 아니었다. Davis Lake였다.

Donahue Pass 다음에 있는 또 하나의 고개, Island Pass를 넘는다.

발 담그고 쉬었던 곳에서 출발한지 1시간 10여분 걸렸다.

고개를 넘으면 금방 나타날 줄 알았던 Thousand Island Lake를

1시간 가까이 더 가서야 보게된다.

▽ 천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섬들이 참 많다.

내려다보이는 풍광도 멋있고..

바닥에 내려와서 보는 호수 주변의 모습도 멋있다.

약 30분 더 걸어, 오늘의 종착지인 Ruby Lake에 도착한다.

그렇게 크지 않은 호수이만 물 깊이가 급해 보인다.


 

야영지를 찾아 둘러보며 걷는데, 왼쪽 기슭으로 나있는 뚜렷한 샛길이 보인다.

그냥 지나쳐 물이 빠져나가는 곳까지 가본다.

평평하고 넓은 야영터에, 한 커플이 텐트를 치고 있다.

그들과 좀 떨어져 야영을 할 수도 있지만 fire ring이 없는게 아쉽다.

혹시나 하고, 아까 봐두었던 샛길 쪽으로 되돌아가본다.

트레일에서 벗어나 샛길을 따라 20-30미터 정도 올라가 보니...

와우~! 완벽한 야영터다~!

텐트를 치고나서 호수가로 내려와 치즈를 미끼로 낚시를 10여분간 해본다.

송어들이 쫓아오다 돌아서는 모습들이 훤히 보인다.

예전처럼 치즈에 마늘을 넣었어야 했나? 안 문다.ㅋㅋㅋ

낚시 면허도 없는데.. 하면서 낚시를 접는다.

야영지로 돌아와 나무를 줏어서 불을 피우고 밥을 해 먹는다.

식사후 불을 쬐며 커피의 진한 향을 즐긴다.

배부르고 따뜻해지니 졸음이 확 밀려온다.

오늘 걸음에 대한 메모도 하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자마자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