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2006.10.01
누구누구: 김만제, 한규광
산행시각(07:00 새재*유평리삼거리 - 18:40 연하천산장):
새재*유평리삼거리/07:00 - 08:00/치밭목 산장/08:10 - 09:00/써리봉/09:05 - 09:57/중봉/10:15 - 10:38/천왕봉 - 11:20/장터목/12:30 - 13:50/촛대봉/14:00 - 14:25/영신봉 - 15:10/칠선봉/15:15 - 17:37/형제봉 - 18:35/연하천 산장
새벽에 새재에서 올라가는 산꾼의 소리에
잠깐 깨었다 다시 잠들어 깨니 여섯시가 가까웠다.
“만제야 그만자고 가자~”,
북어국에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때우고,
양치하고, 짐 챙겨 출발하니 7:00가 막 지나고 있다.
아침에 단풍이 물드는 나무들을 보니 어제 저녁보다 그 색깔이 더 예쁘다.
특히 노랗게 물들었다 빨갛게 변하고 있는 나무들은 환상적이라 하겠다.
출발한 지 채 10분도 안되어 무재치기 다리를 건너
10분 정도 더 올라가니 오른 쪽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줄이 처져있다.
“여길 그냥 지나치면 안 돼지~o!”하며
금줄을 넘어 10 여 미터 더 가니 무재치기 폭포가 나온다.
12년 전, 지리산 종주를 처음 할 때 들러보고 감탄하였던 곳이기에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전보다 형편없이 줄었지만 주변의 단풍과 어울러져 역시 멋있다.
07:20 무재치기 폭포
08:00전에 치밭목 산장에 도착한다.
식수 받는데 까지 200m라는 팻말이 보인다.
“만제야 물 받아 와라.”
하면서 속으로
“지난 번 태극종주 때에는 내가 다 했는데.. 으~흐~ 너무 편한 거... ㅋㅋ”
내 배낭에서 사과 하나 꺼내 나누어 먹는다.
“교수님, 허기지지 않으세요?”하고 제자가 묻는다.
“너 배고프냐? 이 거 네가 가지고 가면서 먹어라”
하고 어린아이들이 즐겨먹는 어육 소시지를 봉투 채 넘겨준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 보니, 제자의 배낭 무게는 줄어들 것 같지가 않다. ㅋㅋ
08:10 치밭목 산장을 출발하며
치밭목 산장을 떠나 써리봉으로 오르며
예전과 사뭇 다른 내 자신의 산행능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산행에서도 10Kg 남짓을 지고 가는데, 큰 부담이 없다.
서두루지만 않으면 문제없을 것 같다.
두 차례의 태극종주 시도 후
대전토요산악회의 백두대간에 참가하였을 때,
확실히 달라진 내 몸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배낭을 꽤 무겁게 매어도 예전처럼 그렇게 힘들어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때 마지막 코스에서 과수원에서 산 사과를 배낭 가득 넣고 갔는데,
힘들어 하지 않는 내 자신에 속으로 놀랐다.
써리봉에 올라서 보는 경치는 한마디로 끝내준다.
녹색 속에 박혀있는 새빨갛고 노란 단풍들..
09:05 써리봉에서
중봉을 향해 부지런히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제자가 안 보인다.
배고파서 뭘 좀 먹고 오나보다..
곧 쫓아오겠지 하고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올라
10시 전에 중봉에 도착한다.
5분 정도 기다리면 올 걸로 예산했던 제자는
15분 가까이 지난 후에야 나타난다.
“큰 볼 일을 보고, 금방 쫓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속도를 내어 올라 왔는데 안 보이더라.”며,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가시냐.”며 엄살이다.
역시 20Kg의 짐 무게가 말을 해주는 군...
또 내 배낭에서 생대추와 사과 하나 꺼내 나눠 먹고 천왕봉을 향한다. ㅋㅋ
중봉에서 너무 오래 지체하여 천왕봉은 사진 한 컷만 찍고 지나친다.
10:39 천왕봉에서
통천문 위에서 바라보는 단풍에 물든 경치는 이번 산행 중 가장 아름다웠다.
10:52 통천문
고사목 군락지에서 잠시 쉬고 장터목에 도착하니 11:20이다.
점심과 선비샘까지 물 보충 없이 가야하기에 모든 수통을 채워오게 한다.
오늘 처음으로 제자가 배낭에서 먹을거리를 꺼낸다. 라면... 그리고 햇반..
“난 라면이면 됐다. 햇반은 하나만 꺼내라.” 했더니 자기도 라면만 먹겠단다.
충분한 휴식 후 장터목을 출발하여 연하봉을 가는데 잘생긴 얼굴이 반대편에서 오고 있다.
어.......엇....! 대전토요산악회의 불꽃님이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과 종주 중이란다.
세상에... 이렇게 만나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만제를 보고 아들이냐고 묻길래 제자라며 백두대간 시작하였다고 하니,
제자에게 스승한테 잘못 걸려 든 거라고 농담한다. ㅎㅎㅎ
그런데, 이번 주능을 타면서 어린자녀들과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과 세지 못할 정도로 많이 마주쳤다.
참 보기 좋았다.
촛대봉에서 보는 동쪽과 서쪽의 풍경은 아주 다르다.
동쪽은 단풍이 예쁘게 들고 있는데, 서쪽은 색깔이 우중충하다.
13:53 촛대봉에서 동쪽능선을 배경으로
13:55 촛대봉에서 서쪽을 배경으로.. 뒤에 세석 산장이 보인다
14:25에 영신봉을 지나며 어둡기 전에 총각샘까지 갈 수 있을까하여 속력을 내어본다.
14:26 영신봉을 지나치며
15:00 훨씬 넘어 칠선봉에 도착하니 지친다.
15:10 칠선봉에서 "어휴 힘들어.."
조급하지 말자면서도, 또 서둘렀네.
선비샘을 향해 가는데, 언제부턴가 우리를 계속 쫓아오는 사람이 있었다.
무박으로 태극종주를 하는데, 일행과 떨어져 혼자라며 선두와 후미의 중간이란다.
우리가 잠깐 쉬며 지나쳐온 봉우리에서 혼자 쉬고 있었던 모양이다.
몰려오는 피로와 졸음.. 자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몸짓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조금씩 처지는 그에게 잠깐이라도 눈을 붙였다 오라하고 벽소령을 먼저 출발한다.
17:37 형제봉인것 같은데..
연하천 산장에 도착하니 어두워졌다.
산장은 이미 다 차있고, 취사장과 밖에도 비박하려는 사람들이 이비 자리를 다 잡아버린 상태였다.
그런대로 겨우 둘이 누울 수 있는 비박 터를 잡고 식사 준비를 하는데,
어라?!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투두두둑 소리내며 꽤 떨어진다.
그러자 사람들이 짐을 챙겨 취사장과 산장 안으로 몰려간다.
산장지기가 나서 정리를 한다.
산장이나 취사장에서 그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잘 엄두가 나지 않는다.
비 오기 전에는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던 산장 처마 밑의 긴 통나무 의자가 비어 있기에
비가 곧 그칠 거라며 거길 차지한다.
산장에서 산 참치와 깻잎 통조림으로 찌개 끓여,
제자가 가져온 햇반으로 저녁식사를 하고나니 비가 멈추는 것 같다.
마당에 깔개를 깔고 판초를 침낭커버 삼아 잠자리에 들려는데,
제자는 처마 밑에서 그냥 있겠단다.
아까부터 옆에 같이 있던 젊은이 둘 때문이다.
이들은 각자 왔다는데, 아무런 준비없이 왔단다. 산장에서 잘 수 있을 줄 알고..
산장지기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면 어떤 조처를 취해 줄 거라고 말해 주었는데,
그냥 버틸 수 있다며 처마 밑에서 밤을 새겠다는 것이다.
산장지기의 고압적인 말투와 거동에,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이리라.
그래서 이런 큰 산의 산장지기들은 산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도와 줄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며,
한 밤중에는 도움을 요청하기가 더 난감하게 된다고 이야기해 주어도
자신들의 심각한 상태를 모르고 있는 듯하다.
마음이 따뜻한 제자는 자기 침낭을 같이 덮고 있겠다는 것이다.
다행이 산장지기가 마지막 점검을 하러다니다 이 광경을 보고 와서
자초지종을 듣고서는 어이없어 한다.
산장지기는 그들에게 침낭과 깔개를 빌려주고 취사장에 자리를 마련해 주면서,
이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며, 지리산 정기를 받아 호연지기를 키워보라 하며 웃는다.
잠을 자고 있는데, 또 투두두둑 빗방울들이 쏟아진다.
제자는 침낭을 싸들고 처마 밑으로 다시 피한다.
“교수님, 비와요”, “그래 알고 있다. 곧 그치겠지 뭐”하고 판초를 머리 위까지 끌어 올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빗방울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판초를 얼굴 아래로 내리니, 이번엔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진다.
제자는 침낭 속에 들어가 통나무의자에서 웅크린 자세로 자고 있다.
“만제야 비 그쳤다. 깔개 깔고 편하게 누워 하늘 보며 자거라. 별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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