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귀연산우회 ‘산으로’님의 태극종주왕복도전 계획의 글을 읽고 태극종주를 처음 알았다.
‘산으로’님 일행은 올 6월 초에 91시간에 걸친 왕복종주를 성공리에 마쳤다.
이때만하여도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대전토요산악회 고수들도 태극종주를 하였다는 것을 ‘마곡사’님의 산행기를 읽고 알았다.
고수들이랑 같이 간 젊은이가 엄청스런 고생과 완주성공의 감격을 느낄 수 있었다.
대전토요산악회에서는 그 태극종주를 놓고 고수들의 말이 많았다.
죽을 고생이 했다는 둥 엄살을 피우는데도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 같았다.
나도 죽을 똥 고생하고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어떻게 하면 이 느려터진 몸으로 종주에 성공할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되었고, 결론은 간단히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내 몸무게를 당장 줄일 수는 없고, 짐을 줄이자.
식사는 산장에서 해결하고 행동식만 지참. 배낭도 (도이터 Act Lite 1.5Kg -> 오케이아웃도어 SORI 0.8Kg),
코펠도 (코베아 escape 511g), 버너도 (블랙얔 125g) 가벼운 것으로 새로 사고, 여분의 옷들도 한 벌씩만 가져가기로 하고,
거기에다. 첫날 밤머리재까지는 물과 행동식 약간 만 지고 (150g 정도 밖에 안되는 포켓 배낭을 별도 구입, 밤머리재에서 버릴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생각이 바뀜) 가면
나도 3박 4일 정도면 태극종주가 가능할 것 같아 산행 계획을 짜고 고치고 하였는데, 최종안이 다음과 같다.
3박 4일 지리산 태극종주 (덕산 - 인월, 도상거리 80.3Km)
대전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 행 첫차(06:20)로 가서 진주에서 덕산 행 버스(8:30이나 09:00)로 갈아타고 시천 면사무소 소재지인 덕산에서 하차하여 10:00경에 산행을 시작한다.
1박: 밤머리재 비박 (텐트 대여)
2박: 장터목산장
3박: 노고단 산장
준비물 (주능선에 들어선 다음 식사는 대피소에서 해결한다.)
공동 : 코펠, 버너, 개스
개인 : 침낭, 아침식사용 누릉지, 법성포 토종 400cc, 여분의 옷 등. (배낭 무게를 최소화한다.)
예상 산행 시간 (되도록이면 야간산행을 하지 않도록 한다)
첫째 날: 덕산(10:00) - 17.8Km - 밤머리재(19:00)
시천(덕산) 면사무소(10:00) - 4Km - 이방산(12:00-13:00, 점심식사) - 2.4Km - 감투봉(14:00) - 1.8Km - 928봉 - 1.4km - 986봉 - 3.5Km - 웅석봉(17:00) - 4.7Km - 밤머리재(19:00)
둘째 날: 밤머리재(06:00) - 18.4Km - 장터목산장(19:00)
밤머리재(06:00) - 3.3Km - 동등왕재(08:00) - 3.5Km - 왕등재(10:00) - 1.6Km - 외고개 - 1Km - 새재(11:00) - 1.6Km - 새봉 - 0.6Km - 쑥밭재(12:30-13:30, 점심식사) - 3.2Km - 하봉(16:30) - 1.5Km - 중봉(17:30) - 0.7Km - 천왕봉(18:00) - 0.9Km - 제석봉 - 0.5Km - 장터목산장(19:00)
셋째 날: 장터목산장(06:00) - 21.0Km 노고단산장(19:00)
장터목산장(06:00) - 0.5Km - 연하봉 - 1.9Km - 촛대봉 - 0.7Km - 세석(07:30) - 0.5Km - 영신봉 - 1.7Km - 칠선봉 - 1.1Km - 덕평봉 - 2.1Km - 벽소령대피소(10:00) - 1.3Km - 형제봉 - 1.6Km - 연하천산장(12:00-13:00, 점심식사) - 0.4Km - 명선봉 - 2.3Km - 토끼봉(14:40) - 2Km - 삼도봉(16:00) - 2.2Km - 임걸령(17:20) - 2.7Km - 노고단산장(19:00)
넷째 날: 노고단 산장(06:00) - 23.1Km - 인월(17:00)
노고단 산장(06:00) - 2.3Km - 성삼재(6:40) - 1.6Km - 작은고리봉(7:10) - 3.3Km - 만복대(09:00) - 2.0Km - 정령치(10:00) - 0.8Km - 고리봉 - 2.9Km - 세걸산(11:30 - 12:30 점심식사) - 0.6Km - 세동치 - 1.2Km - 부운치(13:30) - 2.1Km - 파랑치 - 1.7Km - 바래봉(15:00) - 1.3Km - 덕두산(15:30) - 3.3Km - 인월(17:00) - 남원새집(18:00, 미...............꾸라지 숙회 야~미 야~미)
정말 그럴 듯하지 않은가?!
거기에다가 태극종주 주요지점을 GPS 일체형 PDA의 아이나비를 이용하여 등록해두어
내 위치를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면 거의 완벽하지 않는가?
그래도 초보가 혼자가자니 아주 조금(?)이지만 두렵지 않을 수 없다.
같이 갈 사람 없나 말을 던져보았지만, 웃기만 한다.
귀연에서는 단독종주 성공하라고 환송식까지 해주면서도 정작 같이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혼자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믿고 일정을 연기하였는데, 예보는 맞지 않고 일정은 자꾸 연기된다.
27일, 28일 산청지역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7일 떠나기로 하였다.
그 동안 기상청의 레이더 영상을 계속 지켜보아 왔던 나는 비가와도 한두 차례 뿌리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동행자가 나섰다.
2년 전 한 산악회가 주관한 지리산 종주에 같이 참가한 것이 인연이 되어 가끔 연락하며 산행도 같이 하던 ‘바람’이 같이 가겠다는 것이다.
산행한지 오래되어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아이구 이렇게 고마울 수 가 있나.
지리산 종주 때에 배낭 무게가 25Kg이상 나가도록 먹을 것을 챙겨와 우리 조의 입을 즐겁게 해준 실력인데 무슨 걱정을.
산행계획을 간단히 설명하여 주고 준비물은 최소한으로 하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첫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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