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따라

[스크랩] 초보의 태극종주 실패기 (2) - 첫째 날

언제나 KHAN 2012. 2. 3. 23:09
 

2006년 7월 27일 (목)

전날 산행 준비물 점검 등을 마치고 11시경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손전화 벨이 울려 깨어 받으니, ‘바람’이다.

태극종주를 한다니 잠이 안 오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서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깨어나기를 반복하다.

4시 반경 일어나 짐정리 다시 확인하고,

밤머리재 전화번호 손전화에 입력하고,

다음 카페에 들어가 여기저기 둘러보고,

귀연에 떠난다는 메모 남기면서 시간을 보내다,

동부터미널에 6시 도착. 6시 20분 진주행 첫차를 탔다.

진주에서부터 계획과 조금씩 시간차가 나기 시작했다.

덕산행 8시 30분 차를 타지 못하고 9시  05분차를 타,

10시 경에 덕산에 도착해서 밤머리재 권영진님에게 배낭을 맡기고

시천 면사무소 옆 정자나무 맞은편 길로 산행을 시작하니 10:30이다.

아까부터 사무실의 급한 일로 통화 중이던 ‘바람’이 걸음을 멈춘다.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러면서 시작한 산행이 20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연화사에 도착하니 11:00가 넘었다.

연화사 옆 임도를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조금가다 보니 임도가 둘로 갈라진다.

왼쪽 길은 오래된 길이고 오른쪽 길은 새 길인데

능선을 금방 탈것 같아 새 길을 택하니 20미터도 안가서 길을 만들다 말아버렸다.

그 때 그냥 돌아섰어야 하는데, 혹시나 해서 살펴보았더니,

희미한 산길이 있어 그 길을 타면서부터 고생이 시작되었다.

가다보니 길이 왼쪽능선과 점점 멀어지면서 없어지는 것이다.

왼쪽능선을 타기 위해 없는 길 만들어 가며 가긴 했지만 그 때만 해도 괜찮은 편이었다. (정확한 시간은 몰라도) 얼마 가지 않아,

다른이의 산행기에서 읽었던 철조망 좌측을 따라가는 길을 만나 한 시름 놓았는데,

그 다음에 만난 주황색 호스를 따라가는 능선을 타지 않고, 우회하는 임도를 따라 간 것이 화근이었다.

한 5분 정도 갔을까 실개울이 나타난다.

마침 물이 걱정되던 참에 물 보충하고 계속가니

조금 더 큰 개울이 나오고 그리고 계속 가는데 자꾸 아래로 가는 것 같다.

왼쪽능선으로 오를 수 있는 희미한 사거리를 그냥 지나쳐 계속 가려하니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하릴없이 사거리까지 돌아와 능선 쪽으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다 보니 원두막 같은 것이 있어, 올라앉아 벌러덩 누워버렸다.

허리도 아프고 졸리다.

그 뒤로는 더 가파르고 길이 없다.

한참 허우적대며 능선에 오르니 평판한 길이 나타나 그 길을 따라 가니 깃대봉에 도달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정표를 보니, 우리가 간 길이 찬새미가든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같다는 것이다.

중간에 한눈팔고 오다 왼쪽 샛길로 빠져 찬새미가든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 것인지,

아니면 아까 그 우회 임도를 계속 갔어도 되는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때가 벌써 13:20이 넘었다.

이방산에 도착하니 13:40이다.

점심을 감투봉에서 먹을 요량으로 쉬고 있는 ‘바람’을 재촉하여 당도하니, 14:50분이다.

또 벌러덩 누워버렸다.

졸리다.

점심식사후 918봉지나 습지샘터 표시가 있는 곳에 도달하니 16:00가 넘었다.

거기서 샘터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다보니, 16:30넘어 출발한다.

점점 산행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다.

웅석봉-밤머리재 삼거리에 도착하니 18:30이 넘었다.

웅석봉은 포기하고 청계 쪽으로 내려가 물을 보충하고 다시 돌아와 출발하니 18:55이다.

열심히 달렸으나 야간산행을 피할 수 없었고

야간산행 속도 또한 느려질 수밖에 없어 밤머리재에 도착하니 21:00가 넘었다.

갈증에 우선 생 칡즙을 한잔씩 마셨다.

너무 지쳐서인지 별로 먹고 싶지 않다.

‘바람’은 칡즙을 한잔 더 마실 뿐 먹지 않는다.

나는 맥주 두병과 육포로 저녁을 때웠다.

몸을 씻고 권영진님의 트럭 뒤 화물적재 칸에서 비박을 하니 텐트보다 더 편하다.

 


출처 : [대전]귀연산우회
글쓴이 : kha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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