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따라

[스크랩] 설악산(오색-중청-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_2

언제나 KHAN 2012. 2. 4. 09:19

푸~~ 열 받어!!! 기껏 작성하여 등록하려 했더니 날라가 버렸네...

다시..

 

새벽 세시 경 부터 뒤척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급기야는 불을 킨다.

전라도에서 부부끼리 온 양반들인데, 정말 징하게 떠들어 대는 구마니라이~

잠은 충분히 잤으니, 그냥 일어난다.

밖에 나가보니 어제 밤과는 전혀 다르게 안개비가 뿌리고 있다.

일출 전에 날이 개이기를 바래보았지만, 바램대로 되어 주지 않는다.

아침으로 누릉지를 끓여 먹고 출발을 서두르는데,

수원에서 온 아주머니가 공룡을 못 타겠단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리 근육이 아파 설악동으로 곧 장 내려가는 것이 좋겠단다.

구급약낭에서 붙이는 파스를 꺼내 건네주고 조심해서 하산하라 하고 먼저 출발한다.  

안개비는 그쳤으나 날이 더 이상 개이지 않는다.


 

소청에서 휘운각 길도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예전에는 네 발로 기어 내려 갔느데..

 

희운각 가는 도중에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조금 있다 그칠 줄 알았더니 아니다.

백두산에서 사온 중국산 일회용 우의을 꺼낸다.

근데.. 배낭을 덮을 수 없다. 앞 섶을 채우지 않고 배낭을 덮기로 한다.

희운각에 도착하여 물통도 채우고 한 참을 쉰다.

대피소에서 떠들어 대던 전라도 양반들이 매점에서 뜨거운 커피를 사 마시는 걸 보고

매점 주인에게 나도 한 잔 부탁하며 보니, 소매가 엄청 넓은 일회용 우의가 있다.

배낭까지 덮을 수 있다며, 3000원에 싸게 팔겠다고 하여 산다.

소매를 잡지 않고도 팔을 우의 안으로 뺄 수 있어 덥지도 않고 좋다.


공룡능선길로 접어든다.


 

잠깐 조망이 있더니...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만히 오는 건 아니지만 계속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 오락 가락 할 때 하는 산행의 백미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비가 그쳤을 때의 경치..

설악은 수줍은 처녀처럼 속살를 보여 주었다 감추었다 하며

사나이 애간장을 태운다.












 

마등령에 다달으니, 오세암 쪽에서 올라 온 젊은이가 몹시 힘들어 하는 모습으로 쉬고 있다.

그에 사진을 부탁하여 한 컷.

한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애태우던 설악이 다시 고운 자태를 드러 낸다.

저기보이는 폭포가 무슨 폭포인지.. 양폭인가?

아님.. 비가 올 때만 생기는 폭포?? 



 

금강굴엔 처음이다.





13:40 경에 비선대에 도착한다.

그리고...

바로 이 양반 오선생을 만나면서 사건은 벌어지고 만다.


비선대에서 조금 내려오다 첫번째로 만나는 음식점 집단 중 한집만 영업중이다.

안에는 바로 이 양반 혼자 술을 들고 있었고...

나는 밖에서 막걸리 한 뚝배기와 감자을 시키고서는 척산온천과 금강산콘도 가는 길을 물었다.

예상보다 일찍 내려와서, 온천을 하고 금강선콘도 갈까해서 이다.

그때, 오선생이 밖으로 나와 길을 알려 주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하여튼 설명을 듣고서 나는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척산온천에 들렸다가

금강산콘도로 가는 것은 외지인에게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선 이미 소주 한병을 마셨다는 오선생에게 막걸리 한잔을 억지로 권한다.

오선생은 20년 전에는 설악산 가이드를 했다고 한다.

거짓말 보태서 대청봉에 천번은 올랐을 거란다.

산에 관한 이야기를하니 꿍짝이 잘 맞는다.

안주가 남길래, 막걸리 한 뚝배기 더~

계산을 치루고 소공원으로 내려 오는 데, 두번째 음식점 군이 보인다.

근데, 이미 많이 했다고 계속 술을 사양하던 오선생이 "한잔 더 하실래요?"한다.

자기가 아는 누님 집인데  한잔 사겠단다. 허~.. 아마 내가 맘에 들은 모양이다.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계속 산이야기 했을 것이다.)

막걸리 두 뚝배기 시킨 것과 내가 계산해야지 하고 맘 먹은 것까지 기억나고 기억이 없다.

바로 윗 사진은 그집을 떠나면서 찍은 것 같고, 그 이후 30분 정도 내려 오면서 찍은 사진도 있는데..

 

기억이 나는 것은 속초시내버스를 세워 타면서 부터이다.

차비를 내려는 데 지갑이 없다.

버스 안에서 배낭을 다 풀어 헤쳐도 지갑은 나오지 않는다..

취해서 어지러운 데, 지갑은 찾을 수 없고 미치겠다.

다행이 해드폰은 있다.

교수들에게 전화하여 누가 차비가지고 버스 정거장에 나와 있어 달라고 부탁해야지..

근데, 저장해 놓은 번호가 네개 밖에 없네..

매일 같이 점심식사하는 조성준 교수에게 전화한다.

"지금 거신 번호는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었다."는 메세지다

이게 뭔 소리여~?

김세창교수에게 전화한다. 받는다. 잠시 "살았다" 하고 안도한다.

근데, 이 양반 대전에 있단다.

이정규 교수에게 전화한다. 안받는다.

마지막으로 총장에게 전화한다. 받는다.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응 조금 있다 내가 전화 할께"하고 끊는다.

다시 전화 한다. "총장님 제가요.." "응 내가 다시 전화 할께". 끊는다.

결국 설악산 입구에서 금강산콘도까지 무임 승차 했다.

운전기사 양반 기가 차서 말도 안한다.

 

콘도에서 전화하여 회식 장소로 안내한다.

모두 기분이 좋은 상태다. 나만 빼고..

조성준 교수가 보인다. 다짜고짜 신경질을 부린다.

돼체 그놈의 전화는 어케 된거냐고..

또 마셔댄다. 술에 웬수진 놈처럼..

그리고는 그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고생이다.

 

출처 : [대전]귀연산우회
글쓴이 : kha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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